12월 초,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은행이 스스로 주담대 문턱을 올리고 취급 속도를 늦추면서, 사실상 ‘대출 절벽’이 현실화된 것이다. 연말 건전성 관리, 강화된 규제, 위험가중치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은행은 “더 이상 주담대를 쉽게 늘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매달 당연하듯 증가하던 주담대가 줄었다는 사실은 시장에 큰 신호를 던진다. “이제 예전 방식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
틀어막힌 주담대, 그러나 신용대출은 폭발했다
주담대가 막히자 사람들이 움직인 방향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신용대출, 그중에서도 마이너스 통장이다. 평소엔 열어두고 쓰지 않던 마통이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자마자 급속도로 사용량이 늘었다. 불과 며칠 사이 신용대출 잔액이 수천억 원 증가하면서 풍선효과가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여기에 증시 급등으로 개인투자 수요가 다시 살아나며 ‘빚투’ 자금까지 결합되자 신용대출 증가 속도는 더 빨라졌다. 즉, 대출 규제는 수요를 억제했지만, 돈의 방향을 바꿔놓지는 못했다. 주담대에서 밀어낸 수요는 그대로 신용대출로 흘러갔다.
거래가 막히자 이번엔 ‘증여’가 늘기 시작했다
대출은 어려워지고, 매매는 막히고, 규제는 더 강해지자 집을 가진 사람들—특히 고가 아파트 보유자—은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증여다. 올해 서울에서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1~11월 기준 7400건을 넘기며 작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강남·서초·송파, 양천, 마포처럼 가격이 높고 보유세 부담이 큰 지역일수록 증여가 집중됐다. 팔아도 세금 부담, 보유해도 세금 부담, 대출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은 “팔기 어려우면 차라리 가족에게 미리 넘기자”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단순한 증여 증가가 아니라 시장의 중심 에너지가 ‘거래 → 증여’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대출·세금·규제가 만든 ‘신규 매수 위축 → 신용대출 증가 → 증여 확대’의 연쇄 구조
지금 시장에서는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다.
첫째, 주담대 규제에 막힌 신규 수요
둘째, 그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셋째, 거래가 막힌 보유자들이 증여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
과거에는 ‘사고 팔고’가 시장의 핵심 동력이었다면, 지금은 ‘대출로 사지도 못하고, 세금 때문에 팔지도 못하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신규 매수의 흐름은 약해지고, 반대로 보유자의 전략적 판단만 더 두드러지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기 현상이 아니라 금리·규제·대출 환경이 개선되기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두부생각
지금 시장은 가격보다 돈의 흐름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한다. 주담대가 막히자 신용대출이 튀어오르고, 매매가 막히자 증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흐름은 단순한 통계 변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대출·세금·규제 중 하나라도 더 강화되면 증여는 더 늘고, 신용대출 사용량은 더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집값이 오르느냐 떨어지느냐”보다 “사람들이 어떤 통로를 통해 움직이고 있느냐”이다. 지금은 그 통로가 주담대가 아니라 신용대출과 증여로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