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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이 쌓이는 것보다 더 위험한 건 ‘시장 안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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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숫자보다 분위기가 먼저 보인다. 미분양 통계를 들여다보면 다시 7만 가구 수준에 접근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보다 더 큰 신호는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집’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점. 공사가 끝났는데도 거래가 붙지 않는다는 건,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해당 지역이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이 단계로 넘어가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회수 자체가 어려워지며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건설사 폐업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현금 흐름의 단절’

올해 들어 사라진 중견·전문건설사 숫자가 이미 수천 곳에 이르렀다는 것은 업계가 비정상적인 압력에 놓여 있다는 증거다. 현장에서 건설사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분양은 안 되는데 공사는 멈출 수 없고, 회사채는 사실상 닫혀 있다”는 말이 반복된다.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버티기 어렵게 바뀐 셈이다. 지방의 몇몇 현장은 미분양으로 차입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방 미분양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확신의 문제’

전국 미분양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에 몰려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 미분양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규 분양 청약 결과를 보면 단순히 심리 악화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반복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수백에서 천 가구 이상을 모집했는데도 두 자릿수만 청약을 넣거나, 경쟁률이 1대 1도 넘지 못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는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이 지역을 굳이 지금 사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시장 심리는 이미 한참 전부터 경고등 켜져

분양전망지수를 보면 어느 순간부터 시장이 반등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올해 중반 이후 지수가 매달 떨어졌고, 최근 수치는 2년 전 침체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는 사업자들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기보다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경기에서 일부 지역은 여전히 버티고 있지만, 인천처럼 공급 부담이 큰 지역은 지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지방도 도시마다 흐름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산업·행정 기능이 강한 곳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지만, 공급이 누적된 지역은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는 중이다.

공급이 줄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늘어나는 기묘한 구조

사업자들은 분양시장을 비관하면서도 분양물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는 이미 오른 상태이고 PF 부담은 계속 쌓이니 사업을 멈추는 선택지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결국 공급자는 “지금이라도 분양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수요자는 “지금은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엇박자가 만들어진다. 이런 흐름에서는 미분양이 쌓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위기는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변화

이 상황을 “지방 경기가 나쁘다” 정도로 단순화하면 시장을 잘못 읽게 된다. 지금은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난다. 첫째, 수요자들은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 속에서 확신이 있는 곳만 선택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둘째, 일부 지역은 공급 누적과 추가 분양이 겹치면서 되살릴 시간을 잃었다. 셋째, 향후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구조에서 지금의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 공급 기반이 더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가격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지역이 선택을 받느냐”라는 문제다.

결국 시장을 가르는 기준은 ‘이 지역에서 살아도 되는가’라는 질문

현재 시장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 수요자는 입지·일자리·생활 인프라가 확실한 곳만 고르고, 공급자는 자금 사정 때문에 분양을 멈출 수 없다. 결과적으로 미분양이 어디에 쌓이는지가 시장의 핵심 지표가 된다. 어떤 지역은 시간이 지나도 미분양이 줄지 않으며, 어떤 지역은 규제나 금리에도 수요가 몰리며 빠르게 회복된다. 이 격차가 앞으로 시장을 더 크게 갈라놓을 가능성이 높다.


두부생각

지금의 미분양 문제는 숫자보다 “어디에서 왜 쌓이는가”를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요가 붙는 지역은 이유가 있고, 수요가 빠지는 지역도 이유가 있다. 분양전망지수와 미분양 전망지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다. 이럴 때 수요자는 싸보이는 물량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요가 유지될 곳”에 집중해야 한다. 건설사 역시 단순한 공급 확대 전략으로는 버티기 어렵고, 지역별 수요 구조를 읽지 못하면 시장 변동의 첫 번째 충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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