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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공급은 실종, 월세화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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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유례없는 혼란에 빠지며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매매 시장에는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지만 정작 세입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전월세 집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현상은 단순히 수급의 불균형을 넘어 서울 시민들의 주거 안전망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


매매와 전세의 엇박자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참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의 2026년 2월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한 달 만에 5.6만 건에서 7.1만 건으로 30% 가까이 폭증했다. 집을 내놓은 사람은 많은데 정작 전세나 월세 매물은 같은 기간 16% 이상 줄어들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 때문에 관망세로 돌아섰고 집주인들은 세금 문제로 집을 팔고 싶어 하지만 정작 거래는 끊긴 상태다.

결국 팔리지 않는 집은 산더미처럼 쌓여가는데 정부의 실거주 의무 규제 등에 묶여 이 집들을 전세나 월세로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세입자들은 기존 전셋집에 머물거나 더 싼 집을 찾아 나서려 해도 들어갈 수 있는 매물 자체가 사라지면서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다. 이러한 수급의 비대칭성은 시장의 자정 능력을 마비시키며 주거 불안을 가속화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제는 열 집 중 일곱 집이 월세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이 발표한 2026년 1월 확정일자 통계를 보면 서울 임대주택의 월세 비중이 68.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제는 전세보다 월세가 더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는 뜻. 전세 사기에 대한 무서움과 고금리 부담 때문에 세입자들은 차라리 매달 돈을 내더라도 안전한 월세를 택하고 있고 임대인들 역시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를 더 선호하고 있다.

특히 관악구 같은 지역은 월세 비중이 무려 86%에 달하며 청년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강북구나 종로구 역시 77% 수준의 높은 월세율을 기록하고 있어 서울 전역이 월세화의 거센 물결을 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비중이 10%에 육박하는데 이는 시장의 주도권이 임대인에게 완전히 넘어갔음을 상징하는 뼈아픈 수치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 뒤흔드는 배짱 재계약

시장에 물건이 귀해지니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횡포도 심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보증금은 그대로 둔 채 월세를 추가로 요구하는 이른바 배짱 재계약이다. 원래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는 보증금을 많이 깎아주는 것이 상식이지만 요즘 시장에서는 기존 전세 보증금을 하나도 안 깎아주거나 심지어 올리면서도 매달 수십만 원의 월세를 따로 달라는 무리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탄 갱신 계약 중 무려 78.4%가 보증금을 전혀 감액하지 않은 채 추가 월세를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마련하느라 대출 이자를 내고 있는데 거기에 또 월세까지 보태야 하니 등골이 휘는 상황이다. 이러한 약탈적 계약 방식은 서민들의 생활비를 갉아먹고 돈을 모을 기회조차 뺏어버리면서 가난의 대물림을 고착화하는 나쁜 선례가 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공급 절벽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정부 정책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간 규제의 역설이라고 볼 수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 지역에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전셋집을 공급해주던 갭투자가 사실상 막혀버렸다. 여기에 5월 9일 끝나는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을 받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있는데 이 집들이 실제 살 사람들에게 팔릴 때마다 임대 매물은 시장에서 영원히 삭제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미래가 더 어둡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7만 가구로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2027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1.7만 가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집이 새로 지어져야 전세든 월세든 숨통이 트일 텐데 사상 초유의 공급 절벽이 코앞까지 다가온 셈이다.

벼랑 끝에 선 세입자들의 주거 다운사이징

전문가들은 올해 3월부터 4월 중순까지를 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고 있다. 5월 양도세 시한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매물들이 이 시기에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 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눈높이를 낮춰 더 작고 낡은 집으로 옮겨가는 주거 다운사이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서울의 임대차 시장은 공급 부족과 각종 규제의 부작용이 얽히고설켜 세입자들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집주인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구조가 굳어지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2027년까지 이어질 공급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평범한 직장인들이 서울에서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찾는 일은 점점 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서울 주요 자치구별 임대차 시장 현황 비교 (2026.1)
자치구월세 비중매물 증감 (전월 대비)시장 분위기 요약
관악구86.0%18.2% 감소1인 가구 전세 실종, 월세화 심화
강북구77.8%15.4% 감소서민형 전셋집 사라지고 월세 전환
종로구76.9%12.1% 감소도심 직장인 수요 대비 매물 절대 부족
성동구62.5%19.8% 감소신축 단지 중심 고가 월세 계약 성행
노원구58.3%21.4% 감소전세 매물 감소폭 서울 내 최대 수준

두부생각

오늘날 서울에서 전셋집을 찾는 일은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것만큼이나 처절해 보인다. 팔리지 않는 집은 넘쳐나는데 정작 내가 살 수 있는 집은 없다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특히 보증금을 유지하면서 월세를 더 내라는 무리한 계약이 시장의 관행으로 굳어지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주거 사다리가 얼마나 부실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장면이다. 정부는 규제의 족쇄를 풀어 시장에 매물이 돌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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