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집값 뉴스 보면 강남은 좀 조용하다는데 정작 노원, 도봉, 강북 지역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른바 노도강 전세 매물 증발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투기를 잡겠다고 만든 법들이 오히려 전세 공급의 숨통을 조이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살고 싶어도 집이 없다? 노도강 전세 매물 0건의 충격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으로 가기 전 거쳐 가는 아주 중요한 주거 사다리다. 그런데 지금 노도강 지역의 이 사다리가 통째로 사라질 위기다. 노원구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전세 매물이 1,339건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295건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1년 사이에 물량의 80%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수천 가구가 사는 큰 아파트 단지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3,830가구 규모의 에스케이북한산시티는 현재 전세 매물이 딱 1건뿐이고, 3,000가구가 넘는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이나 상계주공 11단지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 이 정도면 새로 이사 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들어올 자리가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투기 잡으려다 전세 잡았다?
왜 이렇게 전세가 귀해진 것일까.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에 있다. 이 제도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집을 살 때 무조건 2년 동안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는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투자자들이 집을 사면서 전세를 놓아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는 구조가 있었는데 이제는 법적으로 그게 불가능해졌다.
결국 재건축을 기대하며 나오던 임대 물량까지 집주인이 직접 살아야 하니 시장에서 잠겨버린 것이다. 새로 나오는 전세는 없는데 기존에 살던 세입자들도 나갈 곳이 없으니 계약을 연장하며 버티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노도강 지역에서 전세를 연장해 계속 사는 비중이 2년 전 31.4%에서 최근 48.1%까지 치솟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옮길 곳이 없으니 억지로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부르는 게 값? 거래는 없는데 전세가는 천정부지
물건이 귀해지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이치. 전세 거래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계속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2026년 2월 기준으로 상계주공 4단지 전용 75제곱미터 전세가 4억 2,000만 원에 계약됐다. 2년 전보다 7,000만 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창동 쌍용 아파트 역시 2년 전 4억 5,000만 원 하던 전세가 지금은 5억 8,000만 원까지 뛰었다.
전세 매물 자체가 워낙 없다 보니 거래 건수는 2년 전보다 약 19.6퍼센트나 줄었다. 사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는 상태에서 가끔 나오는 매물이 최고가를 찍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이렇게 전세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전세를 포기한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아예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남은 관망세인데 노도강은 폭발 직전인 이유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은 아주 묘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 3구나 용산 같은 비싼 지역은 경제 불안과 높은 금리 때문에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거나 눈치를 보는 상태다. 반면 노도강 같은 외곽 지역은 전세 공급이 완전히 끊기면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강남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물량이 조금씩 쌓이고 있지만 노도강은 실거주 의무에 묶여 전세 매물 자체가 씨가 마른 상태다. 전세난에 지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리면서 강남이 떨어져도 외곽 지역은 오히려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르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로? 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되는 리스크
결국 전세를 못 구한 서민들은 강제로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월세 사정도 좋지 않다. 노도강 지역의 월세 매물은 올해 초보다 35.9%나 감소했는데 이는 서울 평균 감소 폭인 27.5%보다 훨씬 크다. 전세가 없으니 월세로 몰리고 다시 월세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서민들의 한 달 생활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집마련 연구소 홈두부 이수빈 연구소장은 올해 하반기가 고비라고 경고한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대거 매매로 돌아서면서 가격을 다시 한번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거나 임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연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서울 외곽에서 시작된 주거 불안은 도시 전체의 심각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로 보는 서울 지역별 시장 온도 차 (2026.3)
| 구분 | 강남 3구 및 용산 | 노도강 및 서울 외곽 |
|---|---|---|
| 매물 추이 | 다주택자 매물 출회로 인한 매물 적체 및 증가 | 전세 매물은 사실상 실종(0건 단지 속출), 매매 매물은 완만하게 증가 |
| 가격 흐름 | 하락 전환 (송파 -0.17%, 강남 -0.13%, 서초 -0.07% 등) | 전세가는 역대 최고가 갱신 및 폭등, 매매는 호가 유지 및 상승세 지속 |
| 시장 심리 | 중동 전쟁 및 고금리 여파에 따른 관망세 확산 | 실수요 중심의 불안 심리 및 가격 하방 경직성 확보 |
| 주요 요인 | 고가 시장(15억 초과 등)의 투자 심리 냉각 및 세 부담 |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및 실거주 의무로 인한 임대 공급 단절 |
두부생각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입게 된다. 투기를 잡겠다고 만든 법이 정작 평범한 직장인과 신혼부부들이 들어갈 전셋집을 없애버린 꼴이다. 지금 노도강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세 실종 사태는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규제가 만든 인재에 가깝다. 집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빌려 사는 권리마저 침해받고 있는 지금, 정부는 이념보다는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막힌 혈을 뚫어줄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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