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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논쟁, 왜 한국에서는 반복적으로 좌초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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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동산 정책에서 ‘토지공개념’은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다. 토지가 개인의 사유물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기반 자원이라는 인식 아래, 공공적 관리와 제한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 개념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미 헌법 제122조—“국가는 국토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에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녹아 있다.

그럼에도 토지공개념은 한국에서 한 번도 완전히 제도화되지 못했고, 등장할 때마다 강한 정치적·사회적 저항과 함께 좌초되었다. 왜 한국은 이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헌법에는 존재하지만 정치에서는 번번이 부딪혀

토지공개념 자체는 헌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 공공택지, 공공임대주택, 토지거래허가제, 그린벨트 등 현재 시행 중인 여러 제도도 토지공개념의 확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포괄적 입법으로 끌어올리려 할 때마다 벽이 생긴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에도 토지공개념이 포함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과거 보수 정부였던 노태우 정부도 1989년 ‘토지공개념 3법(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제)’을 도입했으나 결국 위헌·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 경험은 한국에서 토지공개념 입법이 “정치적 접근성은 있으나 실질적 지속 가능성은 낮은 정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장 큰 난관: 사유재산권과의 직접 충돌

토지공개념이 등장할 때마다 가장 강력한 반대 논리는 사유재산권 침해다. 한국은 도심 핵심지 대부분이 민간 소유이며,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해 공공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분양가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토지거래허가제 등 이미 토지공개념적 성격을 가진 제도만으로도 시장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정비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여당 내부에서도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공개념을 더욱 강화할 경우, 기존 규제와 중첩되며 사유재산권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 부족과의 충돌… “한국 현실에서는 공급을 더 막을 위험”

이론적으로 공공적 토지 관리와 안정적 주거권을 지향하나 한국의 시장 상황에서는 공급과 충돌한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토지 수용, 개발 규제, 분양가 제한 등 공적 관리 장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는데, 한국은 이미 높은 규제 환경을 겪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공개념은 공급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결국 ‘로또 분양’을 만들었듯, 공공 목적의 강한 개입은 예상치 못한 시장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토지공개념이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와 달리 공급제약을 심화해 집값을 더 자극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해외의 성공 사례는 ‘토지 국유화’가 전제… 한국과 조건이 다르다

싱가포르·홍콩 등 토지공개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들은 근본적인 전제가 다르다. 토지의 대부분을 국가가 보유해 공공임대·공공개발을 직접 주도할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1966년 토지수용법 제정 이후 국유지 비중이 80%를 넘는다. 따라서 고밀도 공공임대 개발이나 토지임대제(Land Lease System)가 가능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민간 소유 비중이 절대적이다. 과거 목동 유수지에 행복주택을 공급하려 했으나 주변 반대로 무산된 사례처럼, 국공유지조차 높은 저항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강남 등 핵심지에 공공임대나 고밀도 개발을 추진한다면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은 물론 정치적 수용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수용성 한계”를 인정

정치권 역시 토지공개념이 대중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대 대선 당시 토지공개념 기반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제안했으나 이후 “수용성 부족으로 반발만 키웠다”며 스스로 철회했다. 토지공개념은 주기적으로 등장하지만, 실제 적용 단계로 넘어가면 사회적 비용·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추진 동력이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부생각

토지공개념은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이고 헌법적 기반도 갖추고 있지만, 한국적 시장 구조와 사유재산권 체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공공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공급 위축·규제 중첩·정치적 저항을 고려하면 ‘원칙적 확장’보다 ‘현실적 조정’이 시장 안정에 더 적합하다. 강한 개념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기존 제도 개선과 공급–규제 균형을 재정비하는 접근이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출처: 헌법 제122조 / 한국부동산원 자료 / 국토교통부 과거 정책 아카이브 / 공개 국회 회의록 종합 분석(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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