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84점 만점도 탈락하는 ‘로또’의 배신…주택 청약제도 이슈에 청년 이탈 속출

입력 :

내 집 마련의 꿈을 담보로 했던 주택 청약제도가 이제는 희망 고문을 넘어선 절망의 벽이 되고 있다. 아무리 성실하게 저축하고 가족을 부양해도 당첨권 근처에도 못 가는 현실에 청년들은 분노한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시대에,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낡은 점수 계산법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이혜훈 전 의원의 부정청약 의혹을 비롯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노리고 가짜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불법 행위까지 판을 치면서, 정직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무주택자들은 청약통장을 과감히 해지하며 시장을 떠나고 있다.


기형적인 84점 만점제: 4인 가구도 ‘광탈’하는 비극

지금의 청약 점수 체계는 솔직히 말해 평범한 젊은 부부나 1인 가구에게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부양가족이 6명은 되어야 만점을 주는 기준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부모님을 억지로 서류상으로만 모시는 등의 편법이 생겨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2025.12) 자료를 보면 서울 주요 아파트의 당첨 최저 점수가 70점 중반까지 치솟았다. 4인 가족이 15년 넘게 집 없이 살아도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가 69점인데, 이 점수로도 당첨은커녕 예비 번호도 못 받는 처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표] 2026년 기준 청약 가점제 배점 및 당첨 가능성 분석
항목배점 (84점 만점)30대 1인 가구 평균50대 4인 가구 평균비고
부양가족 수35점5점 (본인)20점 (3명)1명당 5점씩 플러스
무주택 기간32점2~10점32점 (만점)만 30세부터 점수 쌓임
가입 기간17점10~13점17점 (만점)15년 넘어야 만점
예상 총점84점17~28점69점서울 당첨권은 74점 이상

데이터 출처: 국토교통부(2025.12) 및 청약홈 당첨 통계 재구성

꼼수와 범죄 사이: 위장 전입으로 얼룩진 주택 청약제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나오는 분양가는 공정한 기회가 아니라 범죄의 유혹이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위장 전입이다. 점수를 5점이라도 더 올리려고 같이 살지도 않는 부모님 주소만 옮겨놓는 식이다. 국토교통부가 현장을 조사해보니, 적발된 불법 행위 10건 중 6건 이상이 이런 가짜 전입이었다. “법 지키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제도가 주는 이득이 크다 보니, 정직한 사람들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법을 잡아내도 처벌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신도시 청약에서 걸리면 엄벌을 받지만, 도심 속 재건축 아파트 청약에서 사고를 치면 처벌할 법적 근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법의 그물망이 숭숭 뚫려 있다 보니 “안 걸리면 대박, 걸려도 그만”이라는 식의 배짱 청약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법적 허점은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준다.

자금 조달의 늪: 당첨돼도 그림의 떡인 ‘현금 부자’ 리그

높은 점수를 쌓는 것만큼이나 큰 장벽은 바로 감당하기 어려운 분양가와 대출 규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의 분양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택 청약제도 당첨의 기쁨도 잠시, 계약금부터 중도금까지 수억 원의 현금을 단기간에 마련하지 못해 당첨권을 포기하는 이른바 ‘줍줍’ 물량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출 한도는 꽉 막혀 있는데 집값은 오르니, 결국 청약 시장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금수저’들만의 잔치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득은 적지만 미래 가치가 있는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자금 통로를 열어주지 않는다면, 청약은 평생 닿을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180만 명의 이탈: 주택 청약제도 무용론의 데이터 증명

사람들의 실망감은 숫자로 증명된다. 한국은행과 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가 최근 4년 사이 180만 명 넘게 줄었다. 특히 20대와 30대 청년들의 이탈이 눈에 띈다. “어차피 이번 생엔 청약 당첨 안 된다”는 절망이 통장 해지로 이어진 것. 비싼 분양가에 대출까지 막힌 상황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점수 싸움까지 해야 하니, 청년들에게 청약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쿼터제 도입과 가점 현실화: 주거 사다리 복원 전략

이제는 청약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나이대별로 물량을 따로 떼어놓는 ‘세대별 쿼터제’를 제안한다. 30대는 30대끼리, 50대는 50대끼리 경쟁하게 해서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자는 것이다. 또한 부양가족 만점 기준을 지금의 6명에서 3~4명 정도로 낮추고, 혼자 사는 사람도 노력하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정부도 단속만 할 게 아니라 제도 자체가 가진 모순을 인정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두부생각

청약 제도가 '로또'가 되어버린 순간, 그건 이미 정책이 아니라 도박판이 된 것과 다름없다. 누군가 당첨될 때 옆에 있는 청년이 절망하는 구조라면 그 제도는 실패한 것이다. 정부는 "수십 년 기다린 사람들은 어쩌냐"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변화된 세상에 맞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180만 명이 통장을 깼다는 건, 국민들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정직한 노력이 보상받는 세상을 만드는 게 청약 제도의 진짜 목적이어야 한다.

다른 기사 더보기 [수지자이 에디시온 무순위 줍줍]

Copyright ⓒ 홈두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홈두부 카톡 오픈채팅방 배너

최신 뉴스

최신 청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