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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잡으려다 전세 멸종되고 월세 폭탄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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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에는 이른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정책이 오히려 전세 씨를 말리고 월세 폭탄을 터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 집 있는 사람들을 옥죄면 매물이 쏟아져 나와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그들이 공급하던 전세와 월세 매물까지 함께 증발했기 때문. 결국 집값 안정은커녕 서민들이 감당해야 할 주거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주거 사다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양상이다.


퇴출되는 임대 공급자

다주택자들이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지는 통계 수치만 봐도 한눈에 들어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말 기준 주택소유통계 자료를 보면, 수도권에서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의 비중은 2019년 15.6%에서 2024년 13.9%까지 떨어지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는 정부 규제가 단순히 투기꾼을 몰아낸 수준을 넘어, 민간에서 임대 주택을 공급하던 핵심 공급망을 무너뜨렸음을 의미한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이기 이전에 누군가에게 전셋집과 월셋집을 빌려주던 공급자였으나, 이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이제는 돈이 있어도 전세를 구하기 힘든 임대 주택 실종 시대가 열린 것이다. 주택 공급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그 고통은 고스란히 집 없는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징벌적 과세의 한계

다주택자들이 임대 사업을 포기하고 자취를 감춘 배경에는 숨 막히는 세금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율은 최고 5%에 달하는데, 여기에 재산세와 각종 유지 관리비를 합치면 사실상 임대 수익보다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징벌적 세금은 다주택자들이 더 이상 임대 공급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 타격을 줬다.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무거워 못 팔고, 갖고 있자니 보유세가 무서운 집주인들은 결국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대신 자녀에게 증여를 하거나 아예 문을 걸어 잠그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결과적으로 징벌적 과세는 매물을 끌어내기는커녕 공급만 더 꽉 막히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다주택자 규제의 역설

이 지점에서 다주택자 규제의 역설은 매물 잠김 현상을 일으키며 가격을 거꾸로 밀어 올리는 기현상을 만든다. 정부는 세금을 높이면 다주택자들이 겁을 먹고 집을 내놓을 거라 믿었지만, 시장은 ‘실익 없는 매도’ 대신 ‘버티기’로 응답했다. 국토연구원의 실증 분석 데이터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양도소득세율이 1%포인트 인상될 때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오히려 0.206%포인트 상승하는 결과가 나왔다. 세금 부담이 매도 물량을 급격히 줄여 집의 희소성을 높였거나, 아예 집주인이 내야 할 세금을 매매가에 얹어서 내놓았기 때문. 규제의 날을 세울수록 시장의 매물은 더 깊숙이 숨어버리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뛰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주택자 규제는 매물을 끌어내기는커녕, 공급만 더 꽉 막히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전세 공급망의 붕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인 전세 시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찾는 빌라나 다가구 주택을 공급하던 민간 임대인들이 규제를 피해 시장을 외면하면서 임대차 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과 비교해 24%나 급감했고, 성북구 등 일부 지역의 전세수급지수는 106.5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악의 전세 가뭄을 겪는 중이다. 전세를 구하고 싶어도 시장에 물건 자체가 없으니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보증금을 지불하거나 주거 환경이 훨씬 열악한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던 규제가 오히려 서민들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뺏는 꼴이 된 셈이다.

주거비 전가와 월세화

물건이 귀해지자 임대인들은 자신이 부담해야 할 무거운 세금을 월세 인상을 통해 세입자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소위 ‘조세 전가’ 현상이 벌어지면서 전세는 씨가 마르고 그 빈자리를 고액 월세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전세 거래는 8.6% 줄어든 반면 월세 거래는 6.1% 늘어나며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중이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8.51%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찍으며 서민 가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주택자를 겨냥했던 정책의 화살이 결국에는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의 아픈 현실이다.

임대차 시장 주요 지표 현황 (2024-2026)
항목수치 및 지표비고
수도권 다주택자 비중13.9%10년 내 최저 수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폭-24.0%공급 절벽으로 매물 실종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8.51%역대 최고 수준 폭등
전세수급지수 (주요 지역)106.54년 만에 최악의 수급 불균형
양도세 인상에 따른 가격 변동+0.206%p세금 인상이 가격 인상으로 전이

두부생각

정부의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지금 뼈저리게 보고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만 몰아세워 시장에서 쫓아낸 결과가 결국 서민들의 월세 폭탄과 주거 불안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민간 임대 시장은 공공 주택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우리 주거 생태계의 거대한 기둥이다. 이제는 다주택자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집 문제를 풀어갈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채찍만 휘두르면, 결국 그 고통은 가장 약한 고리인 세입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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