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에서 이삿짐 트럭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신규 계약을 앞지르면서 세입자들이 기존 주거지에 꼼짝없이 발이 묶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임대차 시장은 이제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는 역동성을 잃고 기존 계약에 머물 수밖에 없는 고착화 상태에 빠졌다.
꼼짝 마 서울 세입자, 문을 걸어 잠근 정책과 금융의 합작품
서울 임차인들이 이사를 포기하고 주저앉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새로 나올 매물 자체가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집을 산 사람은 무조건 즉시 들어가 살아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과거에는 집을 산 사람이 전세를 놓으며 시장에 물량을 공급했지만 이제는 이 물길이 원천 차단된 셈. 여기에 더해 2년 전보다 훌쩍 뛴 전세 가격과 꽁꽁 얼어붙은 대출 규제는 세입자들의 발목을 더 세게 잡고 있다. 추가 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막히니 세입자들은 낡은 현재의 집에 머무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중랑구 70%가 멈췄다, 서민 동네부터 시작된 이동의 종말
이런 시장의 마비 현상은 통계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갱신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51.4%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신규 계약 건수를 추월했다. 특히 중랑구와 같은 서민 주거 밀집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랑구의 갱신 비중은 무려 70.5%에 달해 이 지역에서는 사실상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거나 기존 세입자가 나가는 순환이 멈춘 진공 상태에 빠졌다. 영등포구(62.7%)와 강동구(59.9%) 역시 상황은 비슷하며 강남 3구조차 55%를 웃도는 갱신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고가 전세 시장조차 신규 물량 부족의 직격탄을 맞았음을 보여준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뒤에 숨은 월세 전환의 그늘
특이한 점은 전체 갱신 계약은 늘었지만 법적 권리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49.3%였던 청구권 사용 비중은 올해 42.8%로 떨어졌다. 이는 이미 권리를 다 써버린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집주인과 합의해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비자발적 합의 갱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세 계약의 청구권 사용 비중이 29.7%까지 급락한 것은 전세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월세 인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는 위험한 신호로 읽힌다.
팔 집은 쌓이는데 빌려줄 집은 없는 기이한 디커플링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모순은 매매 시장과 임대차 시장이 따로 노는 디커플링 현상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데이터를 보면 3년 전 8만 건이 넘던 서울 아파트 임대차 매물은 현재 3만 6,366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전세 매물만 따지면 1만 8,932건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2만 건이 이미 무너졌다. 반면 매매 매물은 양도세 중과와 같은 규제 여파로 7만 건을 돌파하며 쌓여가고 있다. 팔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전세를 놓을 수도 없고 살 사람도 없는 기이한 정체가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비중을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있는 것이다.
6억 대출의 덫, 무주택자가 집을 못 사고 다시 전세로 가는 이유
무주택자가 매수 시장으로 넘어가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된 것이 갱신 급증의 핵심 고리다. 현재 대출 규제상 최대 한도인 6억 원으로는 서울 내 10억 원 안팎의 중저가 아파트를 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금천구나 강북구 같은 외곽 지역조차 매물 증가율이 낮아 선택지가 좁다. 결국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다시 임대차 시장으로 돌아와 갱신권을 행사하거나 재계약을 맺으면서 시장 내 고착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시장의 자정 작용이 멈춘 지금 실거주 의무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민간 전세 물량이 시장에 돌 수 있게 물길을 터줘야 할 시점이다.
2026년 3월 기준 서울 주요 지역 임대차 시장 지표
| 지역명 | 갱신 계약 비중 | 전세 매물 수 현황 | 특징 |
|---|---|---|---|
| 중랑구 | 70.5% | 급감 (서울 최저 수준) | 이동성 사실상 마비 |
| 영등포구 | 62.7% | 지속 감소 | 도심권 정체 현상 심화 |
| 마포구 | 57.9% | 부족 | 신축 위주 갱신 강세 |
| 강남구 | 55.8% | 부족 | 고가 전세 공급 절벽 |
| 금천구 | 49.5% | 소폭 증가 | 매수 전환 실패 구간 |
두부생각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고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의 벽에 가로막힌 현실은 서울 시민들에게 거대한 전세 감옥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갱신 계약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는 데이터는 단순히 안주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시장의 순환 계통이 고장 났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2+2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임대료가 계단식으로 폭등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이라도 공급의 물길을 터주는 정책적 유연함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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