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전세는 사라질 것, 보유세는 올린다” 대통령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입력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회견에서 부동산 정책 청사진을 내놨다. 전세 소멸 예고, 7월 보유세 개편, 공급 확대 예고. 발언 하나하나는 굵직하다. 하지만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빠진 것들이 보인다.


전세 제도 — “결국 사라질 것”

“전세라는 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제도인데 일종의 사금융이다. 결국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가지 않을까 싶다.”

전세 소멸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수백만 전세 세입자에게는 ‘정부가 전세를 지킬 생각이 없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물론 굳이 비교하자면, 독일·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월세 중심이다. 전세는 집주인이 세입자 보증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굴리는 구조로, 금리가 오르고 전세 사기가 반복되면서 제도 자체의 신뢰가 흔들려왔다.

문제는 전세가 사라지는 과정이다. 지금 당장 전세 물량은 부족하고, 마땅한 공공임대 대안도 없다. 전세가 줄면서 월세화가 가속되면 임차인 부담이 늘어난다. ‘사라질 것’이라는 선언이 먼저 나왔지만, ‘그러면 어디서 살라는 건지’에 대한 구체적 답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대통령은 전세 물량 감소에 대해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집주인들이 세를 주던 집을 팔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이 팔렸으니 전세 물건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럽다는 논리다.

이 설명은 절반만 맞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기존 세입자가 4년간 집을 비우지 않으면서 신규 전세 물건 자체가 묶인 구조적 문제를 빠뜨렸다. 다주택자 매도가 전세 감소의 원인이라고 해도, 그 집을 산 사람이 직접 입주하면 결국 전세 공급은 줄어든다.

보유세 — “우리나라 보유세는 대체로 낮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대체로 낮다. 서구 선진국처럼 보유 부담을 갖게 하는 것이 맞겠다. 거주 목적은 보호하되, 투기 수단이라면 그에 맞는 부담이 필요하다. 여러 채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응하는 부담은 가져야 한다.”

 OECD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GDP 대비 약 0.9%로, 미국(2.7%)·영국(1.4%)보다 낮다. 보유 비용이 낮으면 집을 사 모아도 부담이 없어 투기 수요를 자극한다는 건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논조는 크게 세 가지다.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생각보다 낮지 않고, 세금은 종합적으로 봐야 하며, OECD 국제 비교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핵심 수치가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는 0.93%로, OECD 38개국 평균(0.94%)과 사실상 같다. 대통령이 ‘낮다’고 한 근거가 흔들리는 숫자다. 물론 해석은 갈린다. ‘한국은 부동산 자산 가치가 다른 나라보다 높아서 실효세율이 낮게 잡히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집값이 워낙 비싸니까, 같은 세율을 매겨도 GDP 대비 비율이 높게 나온다는 논리다.

뒤집어 읽으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GDP 대비 보유세가 OECD 평균과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일 수 있다. 즉, 세율이 낮아도 집값이 높으니까 걷히는 세금이 평균치를 맞추는 구조라는 것이다.

종합 대책 — “7월에 세제, 공급은 곧”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신도시를 늘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지방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투자·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도 공급 방안이다. 공급 늘리는 정책을 정리하고 있는데, 속도를 내는 것을 목표로 조만간 발표할 것이다.”

그린벨트 훼손 없이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은 도시 효율성과 지방 균형발전 측면에서 타당하다. 수도권 신도시 확장이 지방 인구 유출을 가속시킨다는 비판을 의식한 현실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타임래그 문제가 빠졌다. 재건축·재개발은 규제를 풀어도 실제 입주까지 최소 7~10년이 걸린다. 지금 도장을 찍어도 2033~2035년에나 집이 나온다. 단기 공급 절벽(2027년 서울 신축 입주물량 과거 평균 대비 50% 이하)은 이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건축 기대감이 해당 단지 가격을 먼저 끌어올리는 역설이 반복될 수 있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인해 ‘내가 살지 않고 전세를 줄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막혔다. 대출 규제는 강화되고 다주택자 압박이 거세지면서 전세 공급 기능이 마비된 상태. 서울 아파트 평균가는 13억 원인데 대출은 6억 원으로 묶여 있어, 전세라는 징검다리 없이는 서민들이 도저히 자력으로 집을 살 수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그러나 전세난이 가속화되면서 결국 서민들이 비싼 월세로 떠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기사 함께 보기]

홈두부 카톡 오픈채팅방 배너

Copyright ⓒ 홈두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뉴스

Link to Ad
Inquire Ad Space

최신 청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