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살 때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가 크게 바뀐다. 단순히 “돈이 어디서 났는지”를 적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실상 자금 흐름 전체를 정부가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규제의 빈틈을 활용해 이뤄졌던 편법·우회 조달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방침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자금조달계획서 양식을 새로 규정한 거래신고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이미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12월 국무회의 의결 후 공표될 예정이다. 다만 시행 즉시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일정 기간 계도 기간이 부여될 전망이다. 지자체 시스템 개편, 금융기관 연계 방식 정비 등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새로운 양식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적용이 유력하다.
왜 개정이 필요한가: 허점이 너무 많았다
현재의 자금조달계획서는 항목이 단순하다. 예금, 주식·채권 매각, 증여·상속, 부동산 처분대금, 현금 등 몇 가지 범주 안에서만 선택해 기재하면 된다. 하지만 이 구조는 실제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 사이 빈틈을 파고들어 편법 매입이 점점 증가했다.
- 가상자산(코인) 차익을 현금화해 고가 주택 매입
- 사업자대출을 이용해 개인 DSR 규제를 우회
- 해외계좌에서 송금된 자금의 출처 불명확
- 증여·상속 금액을 뭉뚱그려 기재하여 실질적 검증 불가
최근 규제지역이 확대되며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이 되면서, 사실상 서울에서 집을 사는 모든 사람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그 서류의 품질도 이전과 같을 수 없다.
무엇이 달라지는가: ‘전수 기록·전수 검증’ 단계로 진입
새 양식은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다. 단순히 항목이 늘어난 수준이 아니라 각 항목별 세부 출처까지 분리해 모두 기재해야 한다.
1) 가상자산 매각 항목 신설
이제 주식·채권과 분리해 “가상자산 매각대금”을 따로 적어야 한다. 가상자산을 통한 주택 매입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2) 해외 예금 송금 기록 의무화
해외계좌에서 국내로 송금해 마련한 예금은 금융기관명·금액·송금 사실을 상세히 적어야 한다.
3) 증여·상속 신고 여부까지 기록
기존에는 “증여받은 금액 총합”만 쓰면 끝이었다. 앞으로는 증여·상속 금액 + 신고 여부를 함께 적어야 한다.
4) 부동산 처분대금 세분화
주택 / 토지 / 임대보증금 / 기타로 나눠 적는다. 외화로 집을 살 경우 “외화 반입 신고 여부”까지 기재한다.
5) 대출 항목 초세분화
기존의 단순 카테고리(주담대·신용·사업자·해외대출)에서 벗어나 각 대출 유형별로 세부 구분 + 금융기관명까지 전부 기재해야 한다.
6) 임대보증금·회사지원금도 분리
회사지원금과 사채를 분리하고, 임대보증금도 명시하도록 변경된다. 즉, 더 이상 “대략적인 돈 흐름”이 아니라 “어떤 자금이, 어떤 경로로, 어디에서 발생했는지”가 모두 기록되어야 한다.
국토부와 국세청의 ‘실시간 매칭 시스템’이 핵심
정부는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를 단순히 보관하지 않는다. 국토부와 국세청이 서류를 실시간 공유하면서:
- 자금 흐름 추적
- 세원 누락 여부 확인
- 사업자대출·해외자금 우회 여부 검증
- 미신고 증여·상속 탐지
이른바 부동산 감독기구 준하는 기능을 구축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가장 큰 목적은 “편법 자금”이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두부생각
자금조달계획서 개편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다. 앞으로 집을 사는 데 필요한 과정이 “서류 제출”을 넘어 정부의 정밀 분석 시스템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이는 시장 안정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거래 절차가 더 복잡하고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가상자산·해외자금·사업자대출처럼 최근 투자자들이 즐겨 사용하던 조달 방식은 앞으로 완전히 투명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주택 거래의 문턱이 올라가는 만큼,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전략”도 달라질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