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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가 감정가보다 18억 원 비싸게 팔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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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사보려 했던 사람이라면 요즘 시장이 얼마나 답답한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일반 매매로 집을 사는 일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 거래는 급격히 줄었고, 괜찮은 매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장이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길을 바꿔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 흐름이 향한 곳이 바로 경매 시장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 막히자 경매로 몰린다

정부가 이른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이후, 일반 매매 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지난해 9~10월 8천 건대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대책 이후인 11월 2,786건까지 떨어졌다. 체감상 ‘거래 절벽’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함께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매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했다. 흔히 말하는 풍선효과이다. 그 결과는 숫자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7.3%를 기록했다. 2023년 80% 초반까지 떨어졌던 수치가 2024년 반등한 데 이어 다시 빠르게 올라온 것이다. 집값이 가장 뜨거웠던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 수는 8.19명으로, 8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한 채를 두고 여러 사람이 달려드는 모습은, 과거 매매 시장에서 보던 패닉 바잉이 경매 시장으로 옮겨온 듯한 인상을 준다.

감정가는 기준이 아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더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과열을 넘어,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이 상식을 훌쩍 넘어서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이다. 감정가는 34억 원이었지만, 실제 낙찰가는 52억 822만 원이었다. 감정가보다 18억 원 이상 비싸게 팔렸고, 낙찰가율은 153%를 넘겼다.

이런 사례는 한두 곳이 아니다. 지난해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곳은 성동구 두산아파트로, 감정가의 160% 수준에서 거래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에 포함된 청구강변아파트 역시 감정가보다 50% 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참고 자료에 불과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실제 가격을 결정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만 돈이 간다

경매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 있더라도 경매로 취득하면 별도의 거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실거주 의무도 없어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도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규제 프리패스’에 가까운 통로이다.

다만 이 자금이 서울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는 수요가 강남 3구와 한강벨트로 뚜렷하게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성동구였고, 그다음이 강남구, 송파구와 광진구 순이었다. 투자자들이 무작정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하락기에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는 지역에만 돈을 넣고 있다는 의미이다.

규제가 만든 또 다른 시장

일반 매매를 강하게 막자,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경매 시장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낙찰이 이어지고, 그 자금은 다시 강남과 한강벨트 같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과열이라기보다, 규제가 만들어낸 구조적인 변화에 가깝다. 시장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금 경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이다. 단순한 이변으로 넘기기엔, 그 신호가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두부생각

지금 서울 경매 시장은 ‘집값이 싸서 몰리는 시장’이 아니다. 규제로 막힌 일반 매매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는 점이 핵심이다.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낙찰은 무모한 베팅이라기보다, 규제 이후에도 가격 방어력이 가장 강하다고 믿는 지역에만 돈이 몰린 결과에 가깝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수록 가격 신호가 왜곡되고, 실제 매매 시장과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제로 거래를 막았지만, 시장의 열기를 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경매 시장이 먼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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