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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시장, 집주인들이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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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시장에서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거래 감소’보다 ‘이전 방식의 변화’다. 매매가 막히자 시장 밖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장을 거치지 않는 선택이 늘고 있다. 바로 증여다. 대출 규제와 세 부담, 거래 제약이 겹치면서 집을 파는 대신 가족에게 넘기는 흐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의 주택 증여는 다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 집값 급등기와 달리 이번 증여 증가는 가격 급등보다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주는 의미가 다르다. 거래가 줄어드는 국면에서 증여가 늘어난다는 건, 단순한 절세 선택을 넘어 구조적인 ‘매물 잠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대출 규제가 만든 선택지의 변화

최근 몇 년간 서울 주택시장은 대출 규제를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됐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규제지역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실거주 의무 강화까지 겹치면서 매매를 통한 자산 이동이 점점 어려워졌다. 과거라면 매도 후 갈아타기나 현금화가 가능했던 집주인들도, 지금은 거래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매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래를 포기하고 장기 보유를 택하는 것이다. 최근 증여 증가는 후자에 가까운 판단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값이 이미 오른 상황에서 급매를 내놓기보다는, 자녀에게 넘겨 보유 기간을 연장하는 쪽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특히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자의 자금 조달 능력이 제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살 사람은 줄고, 팔 사람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기 어려운 매매’보다 ‘증여’가 상대적으로 덜 불리한 선택지가 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늘어난 증여, 지역도 바뀌었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증여 증가 흐름은 연중 고르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하반기로 갈수록 뚜렷해졌다. 상반기에는 관망 분위기가 강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규제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집주인들의 판단도 빨라졌다. 특히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된 지역에서 증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권과 한강벨트처럼 자산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증가폭이 더 크다. 이들 지역은 가격 조정 국면에서도 급락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지는 곳이다. 장기 보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적다 보니, 당장 팔기보다는 다음 세대로 넘기는 선택이 상대적으로 쉽다.

또 재건축·재개발 기대가 있는 지역일수록 증여 선호가 강해진다. 향후 입주 시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 소유권을 이전해 두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당 주택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매물 감소로 이어진다.

매물 잠김이 불러올 다음 단계

증여 증가가 지속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매매 시장이다. 거래량이 줄어들면 가격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일부 급매를 제외하면 기준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실수요자에게 체감 부담을 키운다.

임대차 시장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증여된 주택은 상당 기간 임대 물량으로 나오지 않거나, 월세 중심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전세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매물 잠김까지 겹치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장기화될 수 있다.

결국 증여 증가는 단순한 이전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거래 위축 → 매물 감소 → 가격 경직성 강화라는 흐름을 더 고착화시키는 요인이다. 공급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구조가 굳어질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무주택 실수요자와 임차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선택도 바뀌지 않는다

증여 증가 현상은 시장 참여자들이 현재의 규제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매매를 막고, 대출을 조이고, 세 부담을 높이면 거래는 줄어든다. 하지만 집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시장 밖으로 이동할 뿐이다.

만약 정부가 거래 정상화를 원한다면, 증여 증가를 단순히 ‘부자들의 절세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이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는지 구조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규제가 유지되는 한, 증여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서울 주택시장에서 늘어나는 증여는 경고에 가깝다. 거래가 멈춘 시장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압력이 쌓이고 있다. 그 압력이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터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매물 잠김’이라는 신호만큼은 분명해지고 있다.


두부생각


지금 서울 주택시장에서 증여가 늘어나는 건 ‘절세 트릭’이라기보다 거래가 막힌 시장이 만든 자연스러운 선택에 가깝다. 팔고 싶어도 대출 규제와 매수 여력 제한 때문에 제값을 받기 어려워지자, 집주인들은 시장 밖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문제는 이 선택이 개별 가구에선 합리적일 수 있어도, 시장 전체로 보면 매물 잠김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거래가 줄면 가격은 내려오기보다 굳어지고, 그 부담은 실수요자와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결국 증여 증가는 규제의 ‘부작용 지표’에 가깝다. 매매를 막으면 가격이 잡히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사라질 뿐이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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