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영향으로 15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고,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가격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공급은 계속 줄고 있지만 수요는 여전하다. 결국 집을 사려는 사람도, 집을 빌리려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곳으로 몰리면서 시장의 양극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가 서울 집값 상승 이끌어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는 강남보다 외곽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중랑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53%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0.25%)의 두 배를 넘었으며, 1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원구도 0.46%, 성북구는 0.39% 올라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송파구(0.20%), 용산구(0.13%), 강남구(0.07%)는 평균보다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제 거래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는 15억3,500만 원에 거래돼 반년 만에 약 2억 원 상승했고, 망우동 ‘신내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전용 84㎡도 10억4,000만 원으로 신고가를 새로 썼다.
대출 규제가 수요를 바꿨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가능한 15억 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저가 아파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같은 서울 안에서도 고가 아파트보다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단지가 더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서울 월세 상승률,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임대차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99.31에서 103.90으로 4.62% 상승했다. 이는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반기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월세 거래도 전세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3.9%에서 올해 52.0%로 늘어나 전체 거래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세 매물을 구하지 못하거나 높아진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는 의미다.
월 200만 원 이상 계약도 빠르게 증가
월세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월 200만 원 이상 월세 계약은 7,344건으로 전체 월세 계약의 21.2%를 차지했다. 월 1,000만 원이 넘는 초고액 월세 계약도 지난해 상반기 91건에서 올해 134건으로 47.3% 증가했다. 월세가 빠르게 오르면서 특히 청년층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격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공급 부족이 꼽힌다. 중랑구 아파트 매물은 지난 2월 2,076건에서 최근 1,196건으로 42.4% 감소했다. 서울 전체 공급 지표도 좋지 않다. 아파트 인허가는 979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7% 감소했고, 준공 물량도 1,561가구로 82.1% 줄었다. 인허가와 착공, 준공이 모두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분간 같은 흐름 이어질 가능성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중저가 아파트 중심의 가격 상승과 월세 증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15억 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공급 확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실수요자의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두부생각
지금 서울 시장은 집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집을 사기도, 빌리기도 모두 어려워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수요는 중저가 아파트에 몰리고, 공급 부족으로 전세는 월세로 바뀌고 있다. 결국 규제는 유지되는데 공급은 늘지 않으면서 실수요자의 부담만 커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특정 가격대와 월세 시장으로 수요를 몰아주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