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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이 막히는 진짜 이유…집을 비워야 하는데 대출이 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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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분양도, 시공도 아니다. 집을 비우는 일이다. 누군가는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다음 단계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이동 자체가 어려워졌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이동을 가능하게 하던 자금 흐름이 끊겼기 때문이다.


규제는 언제나 매수만 겨냥해 왔지만

그동안의 대출 규제는 매수 단계에 집중돼 있었다. 얼마나 비싼 집을 사는지, 얼마를 빌리는지가 정책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규제는 범위를 넓혔다. 이제는 집을 사는 순간뿐 아니라,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 그 집을 비워야 하는 순간까지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 이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훨씬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이주비는 수익을 위한 돈이 아냐

이주비는 더 비싼 집을 사기 위한 레버리지가 아니다. 잠시 머물 곳을 마련하고, 기존 거주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다시 말해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돈’. 그럼에도 이 자금이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기준으로 제한되면서, 정비사업은 구조적으로 숨이 막히는 상태에 놓였다.

대출 규제는 이주 단계까지 내려와

최근 대출 규제는 집을 사는 단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과 규제지역 확대는 이주비 조달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기존에 예상했던 자금 계획이 통째로 흔들리는 셈이다. 감정평가액이 충분하지 않거나 보유 주택 수가 많은 경우, 이주 자체가 부담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금 병목은 일정 지연으로

이주비 확보가 어려워지면 사업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잃는다. 기본 이주비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추가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는 시공사나 외부 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불안정한 선택지로 이어진다. 자금 조달이 불확실해질수록 사업 주체들은 결정을 미루게 되고, 그만큼 일정은 뒤로 밀린다.

자금 병목의 최종 부담은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세입자 보증금 반환과 임시 거주 비용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실거주도, 매도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조합원은 현금청산이나 사업 포기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선택이 늘어날수록 사업의 안정성은 낮아진다.

작은 정비사업일수록 충격 커

이 같은 문제는 대형 정비사업보다 소규모 사업에서 더 먼저 드러난다. 규모가 작을수록 금융 접근성은 낮고, 자금 조달의 완충 장치도 부족하다. 가로주택정비나 모아타운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은 이주비 규제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

주택 공급은 착공이나 준공 숫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이전에 이주, 정리, 준비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중 하나라도 막히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늦어진다. 지금의 이주비 병목은 당장의 집값보다, 중장기 공급 리듬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집값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

현재의 상황은 가격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집을 짓기 위한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는지의 문제다. 이주 단계에서부터 막힘이 발생한다면, 정비사업은 조용히 멈춰 설 수밖에 없다.


🟧 두부생각

이주비는 집을 더 사기 위한 자금이 아니라, 집을 비우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다. 그런데 최근 대출 규제는 매수 단계뿐 아니라 이주 단계까지 함께 묶으면서 정비사업의 출발선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이주가 막히면 착공이 늦어지고, 착공이 늦어지면 공급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조합원일수록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 사업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금 보이지 않는 이 지연은 몇 년 뒤 ‘공급 부족’이라는 결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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