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이사비도 못 구해요”… 재건축 대못 뽑히나

입력 :

집 지을 땅도 있고 허가도 났는데, 정작 이사할 돈이 없어 멈춰선 재건축 현장들. 서울시와 정부가 이 답답한 상황을 풀겠다고 나섰다. 근데 과연 충분할까.


연임 첫날부터 ‘재건축 드라이브’

6·3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공약대로 가라.” 임기 내 31만 가구, 3년 안에 8만 5천 가구 착공. 이 숫자를 맞추라는 주문이었다.

실제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목동 6단지는 통합심의를 통과해 건설사 선정 단계까지 왔고,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조합 만들고 2년 4개월 만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재건축 업계에서 “이게 말이 되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른 속도다.

이주비가 뭐길래 이렇게 난리야

재건축을 하려면 일단 기존 집을 비워야 한다. 공사하는 동안 어딘가 살아야 하는데, 그때 드는 돈이 ‘이주비’다. 이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기본이주비 —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리는 돈. 또 하나는 추가이주비 — 건설사가 조합에 먼저 빌려주고 조합이 조합원에게 다시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난해 정부가 연달아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 두 가지 모두 막혀버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으로 1주택자는 LTV가 70%에서 40%로 줄었고, 다주택자는 아예 0%가 적용됐다. 결과적으로 올해 이주를 계획 중인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3곳 중 91%인 39곳, 3만 1천 가구가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강남은 1~2%, 강북은 3~4%… 이자도 차별받는다

이 규제가 특히 강북을 직격했다. 강북 재개발 구역엔 노후 빌라 소유주, 그중에서도 임대 수익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이 많다. LTV 40%로는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을 빼고 나면 정작 본인이 이사 갈 돈이 남질 않는다.

추가이주비 쪽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강남권 대규모 현장은 대형 건설사 신용이 탄탄해 기본 이주비보다 1~2%p 가산 이율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반면, 강북 소규모 현장은 중소 건설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가산 이율이 3~4%p까지 올라간다. 같은 서울인데, 이자부터 다른 것이다

서울시가 직접 돈 들고 나섰다

그래서 서울시가 직접 팔을 걷었다. 기존에는 주택진흥기금 500억 원으로 이주비 융자를 지원했는데, 이걸 1000억 원으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대출 한도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고, 지원 대상도 500명 이하 소규모 조합에서 모든 조합으로 넓혔다. 여기에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엔 쓸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환대출까지 가능하게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근데 1000억으로는 턱도 없다

문제는 규모다. 3년 안에 착공해야 할 단지가 무려 85곳이다. 전문가들은 이주비 수요가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가 내놓은 1000억 원으로는 급한 불 끄는 수준에 불과하니 중앙·지방정부와 조합·건설사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정부를 향해 더 큰 요구를 하고 있다. “이주비는 가계대출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라고 분류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LTV를 70%까지 올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다. 오세훈 시장도 선거 유세에서 “당선되면 중앙정부에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요청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7월, 결판이 난다

오는 7월 중앙정부가 세금·대출·규제를 한꺼번에 손보는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이주비 LTV 완화가 얼마나 담기느냐가 핵심이다. 속도가 붙은 단지들 기준으로 목동은 5만 가구, 여의도는 1만 5천 가구 규모의 새 동네로 바뀌는 그림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근데 그 그림이 완성되려면, 결국 정부가 지갑을 얼마나 열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 두부생각


1000억 풀었다고 박수 치기엔 이르다. 85개 단지에 수조 원 필요한 판에 1000억은 소화기 들고 산불 끄러 간 격이다. 서울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이제 정부가 LTV 풀어줄 차례"라는 것. 7월 대책이 알맹이 없이 나오면, 재건축 속도전은 구호로만 끝날 수 있다.

홈두부 카톡 오픈채팅방 배너

Copyright ⓒ 홈두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뉴스

Link to Ad
Inquire Ad Space

최신 청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