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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혔는데 집은 더 산다… ‘영끌’이 다시 움직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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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동력은 금리도, 정책도 아니다.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살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됐는데도 매수자 수가 줄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규제가 강해질수록 무주택자들의 결단은 빨라지고 있다.


생애최초 매수, 다시 늘어난 이유

올해 들어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한 인원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고금리 국면에서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첫 매수 수요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과거처럼 투자 기대가 앞선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전셋값과 월세 부담을 견디다 못해 선택한 ‘생활형 매수’에 가깝다.

특히 30대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소득 대비 집값 부담은 커졌지만, 반대로 기다릴수록 진입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수를 앞당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 막히자, 다른 돈을 끌어온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동시에 조여지자, 자금 조달 방식도 바뀌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퇴직연금 중도 인출을 통해 주거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었다. 노후 대비 자금으로 여겨졌던 돈이 ‘지금의 주거 안정’을 위해 앞당겨 사용되는 셈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무리한 선택으로만 보기 어렵다. 전세 대출 한도 축소, 반전세·월세 확대 등으로 현금 흐름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선택 가능한 수단이 제한된 결과이기도 하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은 차분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대출이 막히면 매수가 줄어들 것 같지만, 오히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조급함이 커졌다. 규제가 더 강해지기 전에, 대출 여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 시점은 점점 앞당겨지고, 선택지는 점점 좁아진다.

규제 지역 집값이 더 오르는 역설

흥미로운 점은 규제가 집중된 지역에서 오히려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대출이 막히고 거래가 줄어들면 가격도 눌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거주 목적의 매수세는 ‘살 수 있는 지역’과 ‘확신이 드는 입지’로 더 빠르게 쏠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주택 수요는 위축됐지만, 그 빈자리를 무주택 실수요가 메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거래량은 제한적인데 가격은 오르는, 전형적인 ‘수급 경직형 상승’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다주택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 채’로 모인다. 여러 채를 보유하는 전략이 아니라, 입지와 생활 여건이 검증된 한 채를 확보하려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중저가로 분류되던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올라간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선택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장 나은 대안을 고르는 셈이고, 그 결과 특정 가격대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반복된다.

가계부채는 줄었지만,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최근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졌다고 평가했지만, 이를 안심 신호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체 비율은 내려왔지만, 실제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체감 부담은 여전히 크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부채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리스크로 지적된다.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는 한, 소득 대비 과도한 차입을 감수하는 선택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금융 안정과 소비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문제는 이 모든 결정이 ‘여유’가 아니라 ‘불안’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집값이 더 오를까 봐가 아니라, 지금 사지 않으면 아예 기회가 사라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선택을 재촉한다. 이런 심리는 개인의 합리적 판단을 흐릴 수 있고, 동시에 시장 전체의 가격을 떠받치는 힘으로 작용한다. 불안이 줄어들지 않는 한, 매수 시점은 계속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두부생각

집을 사는 행위가 더 이상 목표 달성이 아니라 생존 전략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대출 규제는 수치를 조정했지만, 주거 불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실수요자들이 조급해지는 이유는 집값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집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는 신호가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 한, 무리한 선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기다려도 된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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