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서울 아파트 단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이 1년 만에 18.67%나 오르면서 서울 부동산 보유세 고지서가 그야말로 폭탄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집을 가진 사람들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이 세금 폭탄의 파편은 고스란히 세입자들의 월세와 전세금으로 튀고 있다.
내 세금 네가 내? 집주인의 세금 떠넘기기 전쟁
정부가 집주인에게 세금을 많이 매기면 집주인은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세입자에게 받는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조세 전가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내 주머니에서 나갈 세금을 남의 주머니에서 채우는 방식이다. 보유세가 1% 오를 때 전세는 30%, 월세는 50% 가까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집을 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들어갈 집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93.9%에 불과하다는 점은 집주인이 갑의 위치에서 임대료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결국 국가가 걷어가는 서울 부동산 보유세 인상분은 세입자의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꼴. 집주인은 국가의 세금을 대신 걷어주는 대리인 역할을 하고 실제 고통은 서민들이 짊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84제곱미터는 사치? 59제곱미터로 숨어드는 세입자들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서울 시민들의 주거 지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4인 가족의 표준으로 불리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이제는 너무 비싼 곳이 되어버렸다. 임차인들은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용 59 이하의 소형 아파트로 이사하고 있다. 즉 다운사이징이, 살기 위해 집 크기를 줄이는 생존 전략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혼자 사는 가구 비중은 벌써 40%에 육박한다. 여기에 임대료 폭등까지 겹치면서 소형 아파트 거래량이 중형 아파트를 앞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좁은 집으로 사람들이 몰리니 소형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르고 주거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쾌적한 환경보다는 일단 서울 하늘 아래 내 몸 뉘일 곳을 찾는 것이 우선인 시대가 된 셈이다.
살 집이 없다! 규제가 꽁꽁 묶어버린 서울 부동산 보유세 매물
지금 서울에서 전세를 구해보려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수천 가구가 사는 대단지인데도 전세 매물이 단 몇 개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강제하고 여러 규제를 쏟아내면서 나타난 인위적인 매물 가뭄 현상이다. 집주인들이 세금 혜택을 받으려 직접 들어가 살거나, 늘어난 서울 부동산 보유세 재원을 마련하려고 매물을 아예 거두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포구의 한 대단지는 3,885가구임에도 전세 매물이 단 6건에 불과하다. 물건이 귀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된다. 경희궁 근처의 한 단지는 전세 호가가 한 달 만에 6억 원이나 뛰는 상식 밖의 상황도 벌어졌다. 규제가 시장의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 없는 서민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서울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커질수록 시장에 나와야 할 매물은 오히려 자취를 감추는 역설이 발생한다.
월세보다 전세가 반가운 집주인의 속사정
최근 시장에서는 월세 시대가 가고 다시 전세 시대가 온다는 말이 들린다. 매달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는 월세가 집주인에게 유리할 것 같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당장 올해 내야 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세금을 마련하려면 매달 받는 월세로는 턱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목돈을 빌리는 전세를 선호하게 된다.
이른바 전세보증금이라는 무이자 대출을 받아 세금이라는 급한 불을 끄려는 다주택자들의 생존 전략이다. 임차인의 편의나 선호보다는 오로지 집주인의 세금 납부 날짜에 맞춰 전세냐 월세냐가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 임대차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책이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세금만 강조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부작용이다.
계속 오르는 주거비, 서울에서 살 수 있을까?
2026년 하반기에도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비율 조정이 예정되어 있어 임차인들의 고통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세금이 오르면 임대료가 오르고,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더 좁은 집으로 숨어드는 과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저출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실거주 의무 같은 낡은 규제를 과감히 풀고 시장에 집이 돌게 하지 않는다면, 서울은 평범한 직장인이 도저히 발붙일 수 없는 고비용 도시가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주인을 죄인 취급하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라, 세입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건강한 주택 공급 환경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시장의 흐름과 박자를 맞추지 못한다면 서울 임대차 시장의 봄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2026년 서울 주요 지역 임대차 시장 비교 데이터
| 지역 구분 | 전용 59제곱미터 거래 건수 | 전용 84제곱미터 거래 건수 | 매물 감소율 (전년 대비) | 시장 체감 온도 |
| 중랑구 | 1,120건 | 850건 | -26.2% | 매우 추움 |
| 종로구 | 890건 | 720건 | -14.3% | 쌀쌀함 |
| 서대문구 | 1,240건 | 1,050건 | -12.7% | 주의 단계 |
| 마포구 | 1,244건 | 874건 | -11.5% | 뜨거움 |
두부생각
세금은 사회를 유지하는 꼭 필요한 비용이지만, 그 화살이 엉뚱한 곳을 향할 때 시장은 비명을 지릅니다. 현재 서울 임대차 시장은 세금이 임대료를 밀어 올리고 규제가 매물을 틀어막는 최악의 엇박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편 가르기 하는 정책보다는 누구나 원하는 곳에 적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시장의 기본 원리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주거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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