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엘스·잠실리센츠·잠실트리지움이 주도했던 1차 개발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잠실주공5단지·잠실우성1·2·3차·장미1·2·3차 등 잠실권 핵심지와 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아시아선수촌까지 가세하는 ‘송파 재건축 2차 사이클’이 본격 막을 올렸다. 송파구 전역에서 노후 대단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정비사업에 뛰어들며 지역 주거 지형이 대대적으로 바뀌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지별 추진 현황
각 단지의 사업 속도는 제각각이지만, 방향은 모두 같다. 대규모 신축 단지로의 탈바꿈이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은 이번 사이클의 최대어로 꼽힌다. 기존 5,540가구를 최고 45층·9,218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계획으로, 현재 약 79%의 주민 동의를 확보하고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단일 단지 기준으로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사업지인 만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은 기존 4,494가구에서 6,787가구로 규모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설계자 선정에 나선 상태다. 올림픽공원과 인접한 입지 덕분에 사업 완료 후 주거 선호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잠실우성1·2·3차는 이미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하며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최고 49층·2,646가구 규모의 사업 계획이 구체화된 상태로, 잠실권 재건축 중에서도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
아시아선수촌 역시 3,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조성을 목표로 정비계획 입안 단계에 진입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넓은 대지와 올림픽공원 인접 입지를 앞세워 고급 주거지로 거듭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현재 약 1만 1,000가구 수준인 올림픽공원 인근 주거 공급이 약 2만 가구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왜 지금 움직이나
이번 재건축 흐름의 도화선은 인근 신축 단지들의 잇따른 입주였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잠실르엘이 들어서며 잠실 일대 주거 수준의 기준점이 높아지자, 인근 노후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다.
사업성 측면에서도 조건이 맞아떨어진다. 해당 단지들은 대부분 용적률이 낮고 대지지분이 넓어, 재건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점이 크다. 여기에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행정 절차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올림픽공원이라는 대형 녹지와 우수한 학군 등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품고 있다는 점도 주민들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시세는 이미 달리는 중
재건축 기대감은 곧바로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 아시아선수촌 전용 99㎡는 42억 원대의 신고가를 새로 썼고,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3㎡는 28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정비사업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매매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선반영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재건축이 완료될 경우 이 일대가 잠실 기존 신축 단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고급 주거 벨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송파구의 주거 중심축이 잠실역 생활권에서 올림픽공원 생활권으로 확장되는 구도로, 투자자와 실거주자 모두의 수요가 송파 동남권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사업 전망이 밝다고 해서 갈 길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잠실주공5단지와 잠실우성1·2·3차는 사업이 비교적 앞서 있지만, 올림픽선수기자촌과 아시아선수촌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올림픽선수기자촌에서는 올림픽프라자상가와 BNK스포츠센터의 제척 여부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사업 일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상가 소유주들의 입장과 주거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는 구조로, 협상 결과에 따라 사업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대규모 단지 특성상 공사비 증액 문제와 분담금 산정도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최근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초기 계획 대비 공사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등 단계별 행정 절차도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겠지만, 실제 완공과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부생각
다만 재건축 사업 특성상 초기 기대감이 가격에 먼저 반영되는 만큼, 실제 사업 진행 속도와 시장 온도 사이의 간극이 벌어질 경우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장밋빛 전망만큼이나 현실적인 리스크를 따져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