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시장의 단기 냉각이 예상됐지만, 실제 흐름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주간 상승률 자체는 둔화했음에도 일부 중저가 지역은 되려 상승세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시장 데이터를 보면, 서울의 가격 구조가 단순한 규제 민감도가 아니라 가격대별·수요층별로 완전히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중저가 지역은 오히려 강해졌다
서울 전체 상승률은 규제 직후 0.50% → 0.18%로 떨어졌다. 하지만 강북·중랑·도봉처럼 기존에 저평가되던 지역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이 흐름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첫째, 대출 규제 영향권 밖의 가격대
LTV·DSR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6억 원 대출 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구간이라, 실제로 매수세가 이 가격대로 집중되는 구조가 나타난다.
둘째, 서울 내부 이동 수요가 강력
전세 만기·직장 이동·학군 이사 등의 실수요는 규제 여부와 별개로 계속 발생한다. 하지만 고가 지역은 진입이 불가능하니 그 수요가 연쇄적으로 중저가 지역으로 흘러간다
즉, 규제가 수요를 줄인 것이 아니라 수요의 방향을 재조정한 것에 가깝다.
허가제 이후에도 신고가… 서울의 ‘수요층 지형’ 변화
재미있는 점은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강북·중랑·도봉의 허가 신청량은 규제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늘었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우회한 수요가 아니다. “대출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 + 실수요 견고함”이 합쳐지면서 이들 지역이 새로운 거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허가제 이후에도 신고가가 발생한 단지들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 강북구 신축 전용 59㎡, 5억 후반
- 도봉구 준신축 전용 45㎡, 5억 초반
- 중랑구 신축 전용 59㎡, 11억대 거래
즉, 규제가 거래 절벽을 만들기보다 오히려 특정 가격대 수요를 강화한 셈이다.
공급 대책은 아직 멀다… 당분간 ‘중저가 버팀목’ 유지될 가능성
정부는 내년 수도권 공공택지 2.9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공급 확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 물량은 당장 입주하는 공급이 아니라 ‘향후 분양 예정’일 뿐이다.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3~5년이 걸린다. 즉, 현재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서울 내 중저가 실수요 집중—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중저가 아파트가 다시 ‘핵심’이 되는 이유
시장 분석 자료들을 종합하면,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가격 탄력성이 아니다. 서울 내부 수요는 강력하지만 고가 규제는 더 강화되면서 중저가 구간이 사실상 서울 실수요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도심 접근성, 전철망, 생활권 중심지에 있는 중저가 단지들은 가격대 대비 체감 가치가 높아 수요가 빠지지 않는 구조다.
✔ 두부생각
지금 서울 시장은 “규제 → 가격 안정”이라는 과거 공식을 벗어나고 있다. 특히 중저가 지역은 규제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실수요 집중 효과가 커지는 역설적 구조가 나타난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싼 동네라서”가 아니다. 서울 내부에서 대출 가능 + 생활권 확보 + 실수요 기반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지역이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단기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중저가 지역의 가격 지지력은 규제 강도보다 실수요의 강도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 흐름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현재 시장의 핵심은 규제가 아니라 서울 내부 수요의 ‘이동 경로’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