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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파트가 사라지는 동안, 한국 주거시장은 무엇을 잃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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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둘러보면 묘한 정적이 느껴진다. 골목마다 빼곡했던 신축 빌라 공사 간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실제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올해 들어 비아파트 인허가와 준공은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아파트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비아파트는 확실히 ‘멈춰 있는 시장’처럼 보인다. 새로운 선택지가 사라지는 만큼, 주거 사다리의 첫 단계를 담당하던 공간들이 빠르게 비워지고 있다.

이 흐름이 청년·직장인·신혼부부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처음으로 내 집을 구해보는 경험’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왜 비아파트만 이렇게 빠르게 꺼지고 있을까

겉으로는 단순한 공급 감소 같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전세 사기 사건 이후 빌라 거래가 급격히 줄며 시장의 신뢰가 붕괴됐고, 금리 상승은 소규모 주택 개발을 어렵게 만들었다. 비아파트 밀집 지역은 오랫동안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 실거주 선호도가 낮았고, 시장은 자연스럽게 아파트 중심으로 더 빠르게 재편됐다.

수요와 공급, 신뢰, 환경 모두가 한 번에 흔들리면서 비아파트는 지금 ‘시장 자체가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에 가깝다.

정부가 꺼낸 카드, 하지만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공백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 정부는 민간이 지은 신축 비아파트를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5년간 7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실제로 LH는 지난해 3만9천 가구를 매입했고, 올해는 5만 가구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책의 속도가 시장의 공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매입임대는 당첨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입주를 희망하는 청년들은 공고가 올라오면 하나라도 놓칠까봐 매일 확인할 정도다.

“정책은 늘어나는데 현실은 그대로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비싸게 매입한다는 비판과 그래도 필요하다는 반론

매입임대 확대는 언제나 양쪽의 의견을 불러온다. 정부가 비아파트를 시장가격보다 높게 매입한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지금 같은 공급절벽 상황에서는 공공부문이라도 개입하지 않으면 주거 취약계층은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미분양 오피스텔이나 소규모 신축이 시장에 남아도는데, 정부가 굳이 높은 가격에 매입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주거 안전망이 약한 계층에게는 이 매입임대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공공임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비아파트 전체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공공임대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 자체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비아파트 시장은 지금 주거 품질, 안전망, 인프라, 사업성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공공임대를 늘린다 해도 민간 시장의 체질이 바뀌지 않으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입 즉시 대항력 발생 같은 전세사기 방지 제도 개선, 빌라 밀집 지역의 생활 인프라 확충, 오피스텔과 다세대에 대한 실거주 중심의 시장 재편 등 보다 큰 틀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빌라 포비아”라는 단어가 생긴 만큼, 이 주거 형태를 다시 신뢰받게 만들려면 결국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 두부생각

한국의 주거 사다리는 아파트가 아니라 비아파트에서 시작된다. 그 첫 단추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지금의 공급절벽은 단순한 통계 문제가 아니라 주거 구조 전체의 균형을 흔드는 신호다. 공공임대 확대는 필요하지만, 비아파트 지역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장기 전략이 더 중요하다. 이 시장을 “다시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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