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은 대한민국 다주택자들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그동안 숨통을 터주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셔터를 내렸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 매물이 쏟아지길 기대했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팔고 싶어도 세금 때문에 못 팔고, 사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기이한 거래 절벽이 시작된 것.
양도세 82.5%가 만든 매물 실종 사건
사실 82.5%라는 세율은 세금이 아니라 징벌에 가깝다. 규제 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할 때 마주하는 실효세율이 이 정도 수준에 달하면서 시장의 매물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10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겨도 내 손에 쥐는 건 2억 원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오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을 리 없다. 실제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서울 아파트 매물은 단 며칠 만에 3,000건가량이 시장에서 증발했다. 부자들은 이미 계산기를 다 두드렸다. 세금으로 8억 원을 내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증여를 하거나, 서울 집값은 결국 오른다는 믿음 하나로 무기한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15억 이하 단지의 풍선효과
정부는 가계 부채 비중을 국내총생산 대비 8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대출 규제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이 말은 곧 현금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이제 서울 아파트라는 열차에 올라탈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뜻이다. 돈줄이 막힌 20대와 30대 실수요자들은 대출이 그나마 나오는 15억 원 이하 중저가 단지로 몰려가고 있다. 고가 주택은 자산가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고, 그 아래 급지의 아파트들은 몰려드는 실수요자들 때문에 가격이 떠받쳐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규제가 강해질수록 서울 핵심지의 희소성만 높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눈물과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세금
이 와중에 전세 시장은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렸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잠그고 세금을 아끼기 위해 실거주 의무를 채우려 직접 입주를 선택하면서 전세 물량은 가뭄에 콩 나듯 귀해졌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하니 세입자들은 갈 곳을 잃고 외곽으로 밀려난다.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을 통해 국가가 피해 보증금의 최소 33.3%를 보전해주기로 했지만, 이건 이미 사고가 난 뒤에 주는 반창고일 뿐. 근본적인 전세 물량 공급이 막혀버린 상태에서 임대료 상승의 고통은 고스란히 힘없는 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매달 나가는 주거비 때문에 자산을 모을 기회조차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중이다.
똘똘한 한 채를 넘어 초양극화로 치닫는 서울
부자들은 이미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고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자, 이들은 실거주 의무가 없는 재개발 구역이나 규제의 구멍을 찾기 시작했다. 서울 집은 팔면 다시는 그 가격에 살 수 없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지만, 유의미한 공급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만 더욱 뚜렷해지며 강남권 같은 핵심 지역은 신고가 경신 가능성이 여전하다.
결국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거래 자체를 죽여버렸다. 세금이 무서워 못 파는 집주인과 대출이 막혀 못 사는 무주택자 사이에서 시장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세제 개편안과 금리 변동성이라는 안개 속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서울 아파트는 이제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한정판 자산이 되어버렸다.
두부생각
세금을 82.5%까지 올리면 집값이 떨어질 거라 생각한 건 시장을 너무나 우습게 본 처사다. 시장은 억누르면 반드시 다른 쪽에서 터지기 마련이다. 매물 잠김으로 인한 전세난과 양극화는 이미 예견된 인재다. 지금이라도 징벌적 과세라는 칼을 내려놓고, 시장이 스스로 돌아갈 수 있게 물꼬를 터주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서울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