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조용해졌다. 10·15 대책 이후 가격은 완만히 오르는데, 정작 거래는 사라지고 있다. 상승폭 둔화만 보면 ‘안정기’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살 사람도, 팔 사람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가격을 끌어올리던 강남3구조차 숨을 고르는 분위기지만, 이는 수요 소멸 때문이 아니라 대출 제약과 토지거래허가제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점이 시장 참여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서울의 가격은 멈췄지만, 멈춘 이유는 ‘진정’이 아니다
부동산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0.17%로 다소 둔화됐다. 언뜻 안정기에 접어든 듯 보이지만 상승률 하락 뒤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핵심 지역에서도 오름세가 잦아든 이유는 수요자의 기대가 꺾여서가 아니라 “대출이 막혀서 사고 싶어도 못 산다”는 제약이 시장을 잠식한 탓이다. 최근 규제로 15억 초과 아파트의 주담대는 4억 원, 25억 초과는 2억 원만 가능해졌다. 거래가 동반된 정상적인 조정이 아니라, 거래 부재로 인한 ‘거짓 안정’인 셈이다.
거래가 사라지면 시장은 조용해진다… 하지만 그 고요가 더 위험하다
10월에 8천 건을 넘겼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들어 2천 건대 초반까지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연말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멈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성동·광진·마포·동작 등 핵심 지역까지 확장되며 구매자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규제 도입 후 10월 1,445건이던 이들 지역 거래량은 129건으로 급감했고, 월말치를 감안해도 80% 이상 붕괴된 셈이다. 서울 외곽보다 중심 지역의 거래 감소폭이 더 크다는 점은, 규제가 수요 중심지에 정밀 타격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제작: 홈두부
매매도 전세도 동시에 사라지는 기이한 시장… 남은 것은 ‘매물 기근’
서울 매매 매물은 규제 발표 직후 약 1만3천 건이 사라지며 6만 건 초반까지 줄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약 31% 감소한 규모다. 새 매물이 유입되지 않고 기존 매물은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겹치며 시장 유동성이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전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정착되며 전세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고정되면서 신규 전세 공급은 살아날 여지가 거의 없다. 올해 초 대비 전세 매물은 21% 줄었다. 매매와 전세 매물이 동시에 감소하는 흐름은 임대차 시장의 공백 → 월세 전환 증가 → 전월세 가격 상승 → 매매 심리 자극이라는 연쇄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숨어 있는 리스크: “이 상태가 오래갈수록 가격 반등 압력만 커진다”
전세 수요 일부가 반전세·월세로 이동하며 월세 시장은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세 매물은 12% 증가했지만 값은 오히려 강해지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수도권 전세 전환 이율이 예금금리보다 높아 임대인은 전세를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매매 전환 수요 역시 다시 꿈틀거릴 수밖에 없다. 공급이 줄어든 시장에서 수요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은 다시 큰 폭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을 읽는 핵심 포인트
각종 규제 이후 서울 부동산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격 안정’이 아니라 ‘거래 동결’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 없는 안정은 오래 지속될 수 없고, 규제가 완화되거나 자금 사정이 풀리는 어느 지점에서 한꺼번에 수요가 움직일 경우 급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의 조용한 시장을 “끝났다”고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두부생각
현재 서울 시장에서 나타나는 ‘거래 실종’ 현상은 단순히 매수세가 약해진 정도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잠겨버린 잠복기 시장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수요자는 사고 싶어도 대출이 막혀 움직이지 못하고, 공급자 역시 규제 이후 가격 판단이 어렵고 매물 부담이 커져 시장에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가격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기저 압력은 오히려 더 높아지는 구조다. 시장은 결국 매물과 거래량이 버티지 못하는 지점에서 다시 한 번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 부동산은 지금 ‘진짜 안정기’가 아니라 ‘조용한 압축 단계’에 들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