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전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자금대출을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금융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을 떠받치는 현재의 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부터 강화하면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임대차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세 거래 줄고 월세는 절반 넘어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6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전월보다 12.5% 감소했다. 반면 월세 거래는 3.3% 증가하면서 전체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이 54.1%를 기록해 전세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월 기준 전년 동월보다 10.88% 상승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도 5.72%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인 5.74%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전세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공급이 부족해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 매물은 줄고 공급 여건도 악화
전세 매물 부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약 14.1% 감소했다. 신규 공급 여건도 좋지 않다. 주택 인허가는 1.4% 줄었고 착공 실적은 10.7% 감소했다.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착공이 지연됐고, 서울은 택지 확보 자체가 어려워 대규모 신규 공급에도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올해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전세대출이 집값 떠받쳤다”
정부는 전세자금대출이 집값 상승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의 사회적 비용과 향후 정책방향’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전셋값이 1% 오를 때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0.65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을 떠받치는 현재의 시장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갭투자 구조에서는 전세보증금이 주택 매입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평균 전세가율도 65.2%에 달하는 만큼 전세대출이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집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것이 정부와 정책 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수요자 대출은 유지하면서도 다주택자 대출 제한과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등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 “규제보다 공급이 먼저”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시행 속도는 신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급 확대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하게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만 빨라지고, 결국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들도 보유세 개편과 대출 규제로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 임대료 인상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비아파트 시장 침체도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가을 이사철 앞두고 불안 커져
시장에서는 이미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강남과 마포 등 선호 지역에서는 전세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으며, 월세도 불과 몇 달 사이 수십만 원씩 오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매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언제 사용할지 고민하는 등 버티기 심리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과 금융 규제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전세 제도가 빠르게 축소되고 월세 중심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부생각
정부가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는 근거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더 직접적인 문제는 대출보다 공급 부족이다. 전세 거래는 줄고 매물은 1년 새 14.1% 감소했으며,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도 역대 최저 수준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 앞서면 갭투자는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전세는 더 빠르게 월세로 바뀌고, 부담은 결국 실수요자와 세입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금융 규제와 함께 공급 확대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